Login Sign Up
달바라기
글쓰시고 싶으신 분 아무 분이나 남기세요.그런데, 너무 무미건조할까봐 미리부터 걱정되네요. ^^*
우공(愚公), 산을 옮기다

태형산(太形山)과 왕옥산(王屋山)은 둘 다 넓이가 평방 칠백 리에 높이가 만 길이나 되었다.  그 산 남쪽에 한 노인이 살았는데 그 이름이 우공(愚公)이었고, 나이는 구십세였다.  그런데 산이 북쪽을 막고 있어서 그 지방 사람들은 이쪽 산에서 저쪽 산으로 가려면 높은 산길을 돌아서 가야만하는 불편이 있었다.

하루는 우공이 집안 사람들을 불러놓고 이렇게 말하였다.

"이제부터 내가 너희들과 힘을 합하여 저 산을 깎아내려서 평탄하게 하여 예남(豫南) 땅에서 한음(漢陰) 땅까지 통하는 곧은 길을 내려고 하는데, 너희 생각은 어떠냐?"

집안 사람들이 다 찬성하는데, 우공의 처가 혼자서 그 계획에 의심을 품고 물었다.

"내가 보기에는 당신의 힘으로는 조그만 저 괴부산(魁父山)도 깎아내리지 못하겠소.  그렇거늘 하물며 태형산과 왕옥산이란 말입니까?  더군다나 그 산을 파내어 나오는 흙과 돌을 어디다 버린답니까?"

그렇지만 집안 사람들은 대답했다.

"그것은 걱정없습니다.  그 흙과 돌은 저 발해(渤海) 바닷가에 버리면 됩니다."

우공은 마침내 그 아들과 손주들을 데리고 일을 시작하였다.  도합 세 사람인 아들과 손주들은 흙과 돌을 등에 져 나르고, 우공은 돌을 쪼고 흙을 파내기로 하였다.  이리하여 매일같이 돌과 흙을 삼태기에 담아서 발해가로 운반하였다.

이때 이웃집에 과부 하나가 살고 있었다.  이 과부에게는 유복자가 있었는데, 그 아이의 나이는 겨우 젖니를 다 갈고 영구치가 날 정도, 그러니까 6, 7세 정도 되었다.  과부는 구십세나 되는 늙은이가 아들 손주를 데리고 엄청난 일을 하는 것을 보고는 자기 아들에게 일러 그 일을 돕게 하였다.  발해 바닷가까지 한번 왕복하는 데는 자그마치 일 년이 소요되었다.

이때 하곡(河曲) 땅에 지혜롭다는 노인이 살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우공과는 대조적으로 지수(智嫂)라고 했다.  지수가 우공의 하는 일을 보더니 웃으며 그 일을 말렸다.

"당신은 너무나 어리석구려.  당신 같은 늙은이라면 저 산의 풀 한 포기도 뽑아내기 어려울 텐데, 어떻게 저 큰 산의 굳은 흙과 무거운 돌을 다 파내겠소?"

우공은 깊이 탄식하며 대답했다.

"당신을 가리켜 사람들이 지혜있는 늙은이라고들 하는 모양인데, 들어보니 당신 생각은 너무나도 고루하고, 또 철저하지 못하오.  그래가지고서야 어찌 이웃집 과부댁 아이보다 낫다 하겠소.  비록 내가 죽는다고 해도 내가 못다한 일을 내 아들이 하고, 내 아들이 못다한 일은 내 손주녀석이 하고, 내 손주가 못다한 일은 내 손주의 손주녀석이 해서, 자자손손 몇 해가 되든지 계속해 나가다보면 제아무리 높은 산이라도 어찌 평탄해지지 않겠소?  산이 정녕 자라나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오!"

우공의 이런 대꾸에 지수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이에, 산을 지키던 조사(操蛇)라는 산신령이 우공의 지칠 줄 모르는 작업에 겁을 먹고는 이 일을 하느님께 고했다.  하느님은 우공의 정성에 감동하였다.  그래서 마침내 태형산과 왕옥산을 옮겨 각각 삭동(朔東)과 옹남(雍南) 땅에 갖다 놓게 하였다.

                                                                     - 사마천 <사기>

Write Reply

History

Kishe.com Diary
  • Diary List
  • 맞이꽃 610
    Diary Top Community Top My Informat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