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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바라기
글쓰시고 싶으신 분 아무 분이나 남기세요.그런데, 너무 무미건조할까봐 미리부터 걱정되네요. ^^*
황제의 검, 제후의 검, 서민의 검

조문왕(趙文王)은 이상하리만치 검술을 좋아했다.  문왕은 항상 3천 명이 넘는 검객들을 휘하에 거느리고 있으면서, 수시로 검술시합을 벌여 그것을 구경하곤 하였다.  마침내 검술시합 때문에 죽고 상하는 사람의 숫자가 백 명을 넘게 되었다.  그런데도 그는 검술 즐기기를 그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조나라의 세력은 나날이 약해져 갔다.  이를 근심한 조나라 대신들이 상의를 한 다음에 이런 방을 내붙였다.

"만약 왕의 기분을 상하지 않고도 왕으로 하여금 검술에서 마음을 돌리게 하는 사람이 있다면, 천금의 상을 내리겠다."

한편, 조나라의 태자는 같은 목적으로 장자(莊子)에게 사신을 보내어 그를 궁으로 초청하였다.  장자는 사정을 다 듣고나서 검객의 옷차림을 하고 왕을 만나게 되었다.

왕은 칼을 뽑아들고 장자와, 함께 들어온 태자를 만났다.  장자는 태연한 모습으로 성큼성큼 전상으로 올라가 왕의 앞에 섰을 뿐 절도 하지 않았다.

왕이 성을 내어 말했다.

"굳이 태자를 번거롭게 해가며 대체 내게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가?"

장자가 말했다.

"대왕께서 칼을 좋아하신다는 소문을 듣고 제 검법을 보여드리려고 왔습니다."

"경의 칼 솜씨가 그리도 대단한가?"

"열 걸음에 한 사람을 쓰러뜨리며 앞으로 나아가는데, 그렇게 천리를 가도 앞을 막는 자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천하무적이라 할 만하군!"

장자가 말했다.

"검술의 극치는 먼저 틈을 내보여서 상대를 움직이도록 유인한 다음 상대의 움직임에 맞추어 이쪽에서 선수를 치고 들어가는 데 있습니다.  이런 검술의 극치를 한번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옳거니!  그렇다면 우선 숙소에 가서 쉬고 계시오.  시합 준비가 끝나는 대로 부르도록 하겠소."

조왕은 이레 동안 장자와 싸울 상대를 고르기 위한 시합을 열어서 60명의 사상자를 낸 끝에 고수 5, 6명을 선발하였다.  그런 다음 왕은 장자를 불러들였다.

"자, 선생의 칼솜씨를 구경합시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래, 칼은 어떤 것을 쓰시겠소?"

"제게는 세 가지 칼이 있는데, 그 중 어떤 것이든 상관없습니다."

"세 가지 칼이란 어떤 것이오?"

"천자의 칼, 제후의 칼, 서민의 칼이 그것입니다."

"호오!  그렇다면 천자의 칼이란 어떤 것이오?"

장자는 목소리를 높여 사뭇 장엄하게 말했다.

"그것은 저 북쪽 연계(燕谿)와 석성(石城)을 칼끝으로 하고, 제(齊)나라 대산(垈山)을 칼날로 하며, 진(晉),위(魏)를 칼등, 남쪽의 주(周),송(宋)을 손막이, 서쪽의 한(韓),위(魏)를 칼자루로 합니다.  그 세력과 위엄으로 말한다면 멀리는 발해(渤海),상산(常山)까지 미치고, 동서남북의 오랑캐들을 포섭하며, 춘하추동 사철을 두르고, 오행(五行)을 관장하여 자연계를 운행시키며, 상벌을 분명히 하여 인간 세계를 질서있게 합니다.  이 칼의 위력은 위로는 뜬구름을 찢고, 아래로는 지축을 끊어 상하사방 미치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이를 한번 쓰면 뭇 제후들은 숙연히 몸을 바로하고, 온 천하가 일시에 굴복하게 됩니다."

"흐음!  그렇다면 제후의 칼은 어떠하오?"

"제후의 칼은 지혜와 용맹을 겸비한 선비를 칼끝으로 하고, 청렴한 선비를 칼날로 하며, 어질고 착한 선비를 칼등, 충성스런 선비를 손막이, 호걸스런 선비를 칼자루로 합니다.  천자의 칼과 마찬가지로 이 칼 또한 상하사방에 미치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위로는 해와 달과 별에 순응하며 하늘의 법도에 맞게 하고, 아래로는 사철의 변화에 따름으로써 땅의 법칙에 맞게 하며, 인심을 부드럽게 하여 사해를 안정시킵니다.  한번 이 칼을 쓰면 천둥 번개와도 같은 위력을 가져, 온 사해가 다 명령에 복종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서민의 칼은 어떠하오?"

"머리는 더벅머리, 관은 뒤로 붙들어매고, 옷은 전투복에, 주고받는 말은 모두 살기에 차 있습니다.  한번 올려치면 상대방의 목을 자르고, 한번 내려치면 상대방의 창자를 찢습니다.  마치 싸움닭이 싸우는 것과 같은데, 한번 목숨이 끊어지고나면 그것으로 끝장인 것이어서 나라와 백성들에게는 아무런 이익이 없습니다.  듣자하니 왕께서는 이런 비천한 서민들의 칼에 빠져 계시다고 하니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왕은 할 말을 잃고 잠잠히 있었다.  마침 요리사들이 왕과 장자를 위해 음식상을 차려 내왔으나 왕은 정신없이 상머리를 왔다갔다 할 뿐 어쩔 줄을 몰라했다.

장자가 말했다.

"대왕께서는 자리에 앉아 마음을 가다듬으시기 바랍니다.  제 이야기는 다 끝났습니다."

그뒤 왕은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석 달동안 궁 밖을 출입하지 않았다.  그 뒤부터 왕은 검술 구경하기를 그쳤는데, 많은 검사들이 분을 참지 못해 자결했다고 한다.

                                                                 - <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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