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story of Challenge
글쓰시고 싶으신 분 아무 분이나 남기세요.그런데, 너무 무미건조할까봐 미리부터 걱정되네요. ^^*
목이 떨어질 때까지 이 우정 변치 않으리
2003-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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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바라기
Hi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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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인상여(藺相如)라는 아주 낮은 지위에 있는 신하가 말했다.
"진나라의 제의를 조나라가 허락하지 않으면 그 잘못이 조나라에 있습니다. 그러나 조나라가 구슬을 주었는데도 진나라가 조나라에 성을 주지 않는다면 그 잘못은 진나라에 있습니다. 이 둘을 비교해보건데 차라리 허락하여 잘못이 진나라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청컨데 신이 구슬을 가지고 진나라에 가겠습니다. 가서, 구슬을 주는 대신 성 15개를 받아 오든지, 그렇지 못하면 구슬을 그대로 보존하여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조왕으로서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왕은 인상여를 사신으로 삼아 화씨의 구슬을 진나라에 보냈다.
이리하여 인상여는 구슬을 진나라 왕에게 바쳤다. 왕은 그 아름다움에 감탄하면서 정작 성을 줄 뜻은 보이지 않았다. 이에 인상여가 왕에게 말했다.
"대왕이시여, 그 구슬이 천하의 보배임에는 틀림이 없으나, 한 군데 흠이 있습니다. 제가 그것을 일러 드리겠습니다."
진왕이 구슬을 돌려주자 인상여는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는 이렇게 소리쳤다.
"왕께서 처음 제안을 하던 때에 저의 임금께서 의심하시기에 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일개 필부(匹夫)의 사귐도 서로 속이지 않는 법인데, 하물며 진나라처럼 큰나라 왕이 우리를 속일 수 있겠습니까? 또, 한갓 구슬때문에 진나라 같은 대국과 사귀지 못한다는 것은 옳지 못합니다." 그래서 저의 왕께서는 닷새 동안 재계를 하시고 신으로 하여금 이 구슬을 받들어서 보내셨던 것입니다. 그런데 대왕께서는 거만하게 이 구슬을 궁녀들에게 보이며 신을 희롱하였습니다. 신은 대왕께서 조나라에 성을 줄 의향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구슬을 돌려받은 것입니다. 대왕께서 구태여 신을 협박하여 다시 구슬을 빼앗으려 하신다면, 신은 이 구슬과 함께 기둥에 머리를 들이받아 부서지고자 합니다."
좌우의 사람들이 인상여에게 달려들고자 하였으나 인상여는 격노한 얼굴로 노려보면서 머리털을 곤두세우고 있었으므로 그 기세에 주춤하였다. 왕은 행여 구슬이 부서질까 걱정하여 인상여를 말리면서 지도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성 15개를 조나라에 준다고 하였다.
인상여는 진왕이 거짓으로 그러는줄 알고 말하였다.
"이 구슬은 천하의 보배인지라 저의 왕께서도 닷새 동안 재계를 하고 보냈사오니, 대왕께서도 닷새 동안 재계를 하시고 받으셔야 합니다."
그렇게 위기를 모면하고나서 인상여는 수행원에게 구슬을 주어 사잇길로 조나라에 돌아가도록 하였다. 그뒤 진왕을 만나게 되자 인상여는 이렇게 말하였다.
"진나라는 지난날 약속을 지킨 적이 없었습니다. 신은 진실로 왕께 속아 저의 왕께 누를 끼칠까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구슬을 몰래 돌려 보냈습니다. 구슬은 지금쯤 조나라에 도착하였을 것입니다. 대왕께서 먼저 성 15개를 주신다면 어찌 작은 조나라가 구슬을 보내지 않겠습니까? 신은 대왕을 속인 죄로 죽임을 당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좌우의 신하들이 인상여를 끌고가 죽이려고 하였으나 진왕이 말렸다. 그리하여 인상여는 무사히 임무를 마치고 돌아올 수 있었고, 조왕은 인상여를 대부(大夫)에 임명하였다.
그뒤 진나라는 조나라에 성을 주지 않았고, 조나라도 진나라에 구슬을 주지 않았다. 진나라는 그대신 조나라를 공격하여 성을 하나 함락시켰다. 그리고 다시 조나라를 공격하여 조나라 사람 2만 명을 살해하였다.
그런 다음 진왕은 조왕에게 사자를 보내어 왕과 우호를 회복하고 싶으니 서하(西河)의 밖 민지(池)에서 만나자고 제안하였다. 조왕은 겁이 나서 가지 않으려고 하였는데, 인상여가 장군 염파(廉頗)와 서로 상의하고 건의하였다.
"왕께서 가지 않으시면 조나라는 약하고 비겁하다는 것을 드러내 보이게 됩니다."
조왕은 가기로 하고 인상여가 왕을 수행하였다. 한편, 염파는 국경까지 왕을 전송하며 왕에게 말하였다.
"지금 행차하는 거리를 계산해 보니 서로 만나보는 예를 마치고 돌아오시는데 30일을 넘지 않겠습니다. 청컨데 30일이 넘어도 왕께서 돌아오시지 않는다면 태자를 왕으로 세워 진나라의 야망을 끊겠습니다."
조왕은 염파의 청을 받아들였다.
이윽고 두 왕이 민지에서 만났다. 한참 술자리가 무르익었을 때 진왕이 조왕에게 이렇게 청하였다.
"과인이 들으니 조왕께서는 음악을 좋아하신다고요? 청컨데, 비파를 한 곡조 타 주시겠습니까?"
이것은 어김없는 강요였다. 조왕이 어쩔 수 없이 비파를 타자, 진나라의 어사가 앞으로 나아가 "모년 모월 모일에 진왕이 조왕과 회동하고, 조왕을 시켜 비파를 타게 하였다"라고 적었다. 그것을 지켜보던 인상여가 앞으로 나가 진왕에게 청했다.
"가만히 듣자오니, 진왕께서는 진나라 음악에 조예가 깊으시다고 하였습니다. 청컨데 질장구를 진왕께 받들어 올려서 서로 즐기게 하고자 합니다."
진왕은 성을 내며 허락하지 않았다. 이에, 인상여가 앞으로 나아가 질장구를 올리고 꿇어앉아 진왕에게 청했으나, 역시 진왕은 질장구를 치려 하지 않았다. 이에, 인상여가 말했다.
"신은 대왕과 다섯 걸음 안쪽에 있습니다. 신은 제 목의 피를 대왕께 뿌릴 수도 있습니다."
진왕의 좌우 신하들이 인상여를 칼로 찌르려고 하였으나, 인상여가 눈을 부릅뜨고 꾸짖자 좌우가 모두 쓰러졌다. 이에, 진왕은 내키지 않았으나 한번 질장구를 툭 쳤다. 그러자 인상여도 자기 나라 어사를 돌아보며 "모년 모월 모일에 진왕이 조왕을 위하여 질장구를 쳤다"고 쓰게 하였다.
그러고나서 진나라 대신들이 조나라 왕에게 말하였다.
"청컨데 조나라는 15개 성을 진나라에 바치어 진왕의 만수무강을 축원하여 주십시오."
인상여가 대꾸했다.
"청컨데 진나라는 함양(咸陽)을 조나라에 바치어 조왕의 만수무강을 축원하여 주십시오."
이렇게 하여 진왕은 끝내 조왕을 굴복시킬 수 없었다.
조왕은 귀국하자마자 인상여를 마침내 상경(上卿)에 임명하였다. 이 지위는 장군 염파보다 위였다. 염파는 산전수전을 다 겪은 백전노장으로 한 끼에 고기 열 근을 먹는다는 장사요, 다른 나라가 염파때문에 조나라를 공격하지 못할 정도로 천하가 알아주는 맹장이었다. 염파는 인상여가 자기 위에 있는 것이 못마땅하여 이렇게 툴툴거렸다.
"나는 조나라의 장수가 되어 성을 공격하고 들판에서 싸워 큰 공을 세웠다. 그런데 인상여는 한갓 입과 혀만을 놀렸을 뿐인데도, 그 지위가 내 위에 있게 되었다. 또 상여는 천한 출신이다. 나는 그의 아랫 지위에 있는 것이 부끄러워 참을 수가 없다. 내가 인상여를 만나게 되면 그에게 욕을 보일 것이다."
인상여는 이 말을 전해 듣고 밖에 나가기를 꺼려하였다. 조정에 나가야 하는 때에도 병을 일컬었고, 또 염파가 저만치 오는 것을 보면 수레를 바쁘게 몰아 숨었다. 이에 인상여를 따르고 있던 휘하 사람들이 인상여에게 와서 이렇게 말하였다.
"저희들이 친척을 버리고 와서 주인님을 모시는 까닭은 오직 주인님의 높은 의기(義氣)를 사모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제 보니, 주인께서는 염장군과 동렬에 섰는데도, 염장군께서 주인님께 악담을 한다고 하여 두려워하시는 것이 너무도 심합니다. 이것은 용렬한 사람들로서도 심히 부끄러워해야 할 일인데, 하물며 귀인의 자리에 계시는 주인님께서 그러셔야 되겠습니까? 저희들은 주인님을 하직하고 돌아갈까 합니다."
인상여가 그 말을 듣더니 이렇게 물었다.
"그대들은 염장군과 진왕을 비교하여 어떻다고 생각하오?"
"염장군이 진왕만 못합니다."
인상여가 말했다.
"그 진왕의 위엄도 두려워하지 않았던 내가 비록 노둔하기는 하나 어찌 염장군을 두려워 하겠소? 내가 가만히 생각하니, 저 강성한 진나라가 감히 조나라에 싸움을 걸어오지 못하는 것은 오직 염장군과 내가 있기 때문이오. 그런데 지금 그 두 범이 서로 싸우면 둘 다 살 수 없을 것이오. 내가 염장군을 이렇게 피하는 것은 국가의 급한 일을 먼저하고, 사사로운 원수는 뒤로 하기 때문이라오."
이 말이 염파에게 전해졌다. 염파는 크게 부끄러워 옷을 벗어 어깨를 드러내어 죄수의 차림새로 인상여를 찾아가 문밖에서 사죄하였다.
"비천한 사람이 대인의 관대하심이 이러할 줄을 미처 몰랐습니다."
인상여는 염파를 맞이하여 서로 격려하였고, 두 사람은 목이 잘릴 때까지 변치 않는 우정을 맺기로 약속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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