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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바라기
글쓰시고 싶으신 분 아무 분이나 남기세요.그런데, 너무 무미건조할까봐 미리부터 걱정되네요. ^^*
진정한 벗

소진(蘇秦)과 장의(張儀)는 중국 역사상 가장 유명한 세객(說客)이다.  그들은 일곱 나라가 서로 세력을 다투던 전국시대에 살았는데, 소진은 진(秦)나라를 제외한 여섯 나라 왕을 설득하여 함께 진나라에 대항토록 하고, 자기가 혼자 여섯 나라의 재상을 지냈다.  그뒤 장의가 나와서 소진이 성사시켜 놓은 여섯 나라의 동맹을 깨뜨리고 여섯 나라로 하여금 진나라에 복종하게 만들었다.  이는 모두 그 두 사람이 단지 세 치 혀만으로써 이룬 일이었다.  이들은 공자의 제자인 자공(子貢)과 함께 중국 고대사에서 혀의 힘을 가장 잘 보여준 사람들이었다.

소진과 장의는 이렇게 결국 대조적인 다른 길을 걸었으나 원래는 귀곡선생(鬼谷先生)이라는 스승에게 함께 배운 동문 사이였다.  그때 소진은 스스로 장의보다 자기의 재주가 부족하다고 생각하였다고 한다.

장의는 어떤 때 초나라의 정승과 술을 마셨다.  그런데 그때 마침 정승이 아끼는 구슬이 없어졌다.  정승집 사람들이 장의를 의심하여 말하였다.

"장의는 가난하고 행실이 좋지 않으니 반드시 이 사람이 구슬을 훔친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래서 장의를 잡아다가 수백 대의 매를 쳤다.  그래도 장의가 승복하지 않으므로 그를 놓아주었는데, 장의가 집에 돌아오자 그의 아내가 이렇게 말하였다.

"가엾어라, 당신!  당신이 글을 배워 유세(遊說)하지 않았더라면 이러한 욕을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 아닙니까?"

그러자 파김치가 된 장의는 아내에게 말했다.

"내 혀를 살펴보게.  아직 있는가, 없는가?"

아내가 웃었다.

"아직 있습니다."

이에, 장의가 선언하였다.

"그렇다면 됐어!"

 

그때 소진은 이미 성공의 길에 들어서 있었다.  그는 남몰래 사람을 장의에게 보내어 이렇게 말하게 하였다.

"당신은 소진과 친한 사이였습니다.  지금 소진공은 매우 귀한 신분이 되어 있는데, 당신은 어째서 그를 만나보지 않는 것입니까?"

장의는 결국 소진을 찾아가게 되었다.  그러나 소진은 문을 지키는 부하에게 장의를 들어오지도 나가지도 못하게 하라고 지시해두고 있었다.  그렇게해서 장의를 실컷 골탕먹인 뒤에 장의를 불러들였다.  그러고서도 소진의 푸대접은 끝나지 않은 것이어서 장의로 하여금 마루 아래에 앉게 하고 하인이나 첩에게 주는 음식을 먹였다.  그리고는 말했다.

"그대는 그 탁월한 재능을 가지고도 이런 궁핍한 지경에서 헤매고 있으니, 내가 어찌 왕에게 그대를 추천해 줄 수가 있겠는가.  그대는 실로 거두어 쓸만한 사람이 되지 못한다."

그리고는 장의를 박대하여 돌려보냈다.

장의로서는 분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그는 처음에는 소진에게 다소 기대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그런 대접을 받자 치욕을 느꼈다.  그는 소진이 머물고 있는 조나라를 괴롭혀야 하겠다고 생각하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강한 진나라 왕을 설복해야 할 것이었다.  그래서 장의는 진나라로 건너갔다.

한편, 소진은 장의를 내보내고 나서 심복 한 사람을 불러 이렇게 말하였다.

"내 친구 장의는 천하에 둘도 없는 인재이다.  내가 그를 따를 수가 없을 정도다.  지금 내게는 행운이 있어서 이렇게 귀한 몸이 되었지만 진나라를 움직여 큰 일을 할 사람은 장의를 빼놓고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아직 가난하다.  그래서 진나라에 가더라도 자기 뜻을 쉽게 펴기 어려울 것이다.  나는 장의가 작은 이익에 탐을 내어 큰 일을 하지 못할까 두려웠다.  그래서 일부러 그를 불러들여서 치욕을 줌으로써 그 뜻을 격려하고 발분케 한 것이다.  그러니 그대는 나를 위해서 몰래 장의에게 가라.  그가 자기의 뜻을 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소진은 조왕에게 말하여 금과 마차 등을 내주고 그에게 장의를 수행하여 숙소에 같이 들었다가, 차츰 친해지거든 장의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다 들어주라고 일렀다.  소진의 그런 도움으로 장의는 마침내 진나라에 가서 혜왕(惠王)을 만날 수가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장의는 진나라의 객경(客卿)이 되었다.

일이 그렇게 되고나자 소진의 심복은 돌아가겠다고 장의에게 청하였다.  장의가 그를 말리면서 말했다.

"당신의 도움 때문에 나는 이처럼 현달(顯達)하게 되었소.  내 이제서야 당신의 은덕을 갚고자 하는데 어찌 돌아가려 하시오?"

이에 이르러 소진의 심복은 사실을 다 털어놓았다.  장의가 길게 탄식하였다.

"아아, 내가 소진의 술책 속에 있으면서도 이를 깨닫지 못하고 있었구나!  내가 이러고서야 어찌 조나라를 칠 계책을 내겠는가?  당신은 돌아가서 소공에게 말하라.  소공이 있는 한 장의가 감히 무엇을 말할 수가 있겠느냐고.  소공이 있는 한 장의가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고."

                                                                                                        - <사기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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